삶의 이야기

2006년의 가을...

동산지기(최종덕) 2006. 9. 13. 22:25

누구나 좋아할 계절이겠지만

내게 가을은 특별하고도 소중한 계절이다.

 

늦은 나이에 신학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교정 한 모퉁이에 피어있는

가을장미의 아름다움에 취했던 적이 있었다.

 

비록 제철의 강렬함은 없었지만

옅은 색조의 꽃잎은

그 아름다움에 손색이 없었기에...

때늦은 장미송이는

늦깍기 신학생의 소중한 위로가 되었다.

 

그 때부터 내 닉네임은 가을남자였다.

 

가을에 피어나는 꽃처럼

내 삶에 복음의 꽃을 피워보리라...

 

가을남자...

그래서인지 여느 계절보다 가을을 좋아하게 되었고

가을이 되면

맑은 하늘과 고운 잎사귀들이

불혹이 넘은 가슴은 요동치게 했다.

 

또 다시 맞는 가을...

새로 구입한 디카를 만지작거리며 가을을 기다렸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이며

물들어가는 잎새들...

 

그러나 그 꿈은 하루밤에 무너졌다.

8월의 마지막 밤...

달리 표현하면 가을을 맞이하던 그 날에

가을보다 먼저 밤손님이 찾아왔다.

 

디카..

그리고 컴퓨터...

 

새벽 기도회에 나왔다가

휑하니 비어 있는 책상을 보면서

허탈해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찾아오셨다.

 

"언제까지 그것이 너의 보물이 되겠느냐?"

 

컴에 저장된 수천 장의 사진도...

그리고 함께 가을을 기다리던 디카도...

그것은 나의 진정한 보물이 아니었다.

 

2006년의 가을은그렇게 시작되었다.

귀한 깨달음을 위한 대가 지불이었을까?

하나님께서 압수하셨다는 생각에

억울하거나 속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가을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운 장면을 맞을 때마다

셔터를 눌렀을 나를 생각해본다.

 

하나님...

그래도 너무 아름다운 장면인데

담아두면 좋을뻔했잖아요...

 

문득문득 스쳐가는 아쉬움이지만

하나님은 또 다시 말씀하신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생명이란다"

 

그렇죠? 주님!!

가을남자에게 허락하신 아름다움은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생명이었어요!!

 

하나님을 향해

쑥스러운 미소를 보내는 가을남자...

2006년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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