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

어느 성탄절에 부른 노래

동산지기(최종덕) 2001. 12. 23. 06:34


"어느 성탄절에 부른 노래"

"예수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질 때....."

여느 때라면 조금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성탄절 아침에 불려지던 그 때에는 느낌이 달랐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교사가 이끄는 대로
주의 고난을 노래하는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왜 하필 성탄절에 고난 찬송일까?
사택에서 주일설교를 준비하다가
들려오는 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던
목사의 마음에 갑자기 밀려드는 감동이 있었다.


'그래! 성탄절에 정말 불러야할 노래가 이런 것이 아닐까??'

들려오는 찬송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있었고
지긋이 눈을 감고 찬양을 인도하는
교사의 빰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인류의 죄를 해결하시려
낮고 천한 곳에 오시는 주님...
탄생의 순간부터 걸으신 고난의 여정과
살인자들의 추적....


화려한 조명과 요란한 노래 소리에 묻혀
골고다의 행적도
그 피흘림도 군중 속에 사라져 가는 뼈아픈 현실..


의미 없이 찾아왔다가
아무런 감동조차 남기지 않은 채 지나버린 세월들...
어쩌면 우리의 무관심이
살인자의 칼날이 되어
주님을 골고다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성탄을 맞는 오늘의 현실이기에
교사의 눈물은 부끄러움과
은혜로 말미암는 감격이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또 다시 맞는 성탄절..
올해도 그 날의 찬송을 부를 수 있을까
십 년도 더 지난 그 날의 감동을 기억하며
그 날의 교사는 가만히 눈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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