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한 햇살 하늘아래 녹음으로 어우러진 들녘을 바라보면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시원해진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벼들의 가지가 늘어가고 그것을 바라보는 농부의 얼굴에는 주름마다 미소를 담아낸다.
문득 농업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논에는 항상 물이 채워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때였다. 모내기를 끝내고 나서 추수할 때까지 시기에 맞춰서 물 관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기억으로는 적어도 두 차례의 물 떼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도 뿌리의 활착을 촉진시키기 위한 물 떼기는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목마름을 통한 뿌리의 성장을 조장하는 경영법이었는데, 벼의 일생을 건강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벼 외에도 화초의 뿌리를 강하게 내리도록 어둠 속에 묻어 둔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만들어지는 견고한 뿌리.... 갈증 속에서 성장하는 뿌리...
사람의 삶에서도 시기에 적절한 고난은 도리어 삶의 뿌리가 되고 면역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영적인 성장은 어떠한가? 그 역시 어둠 속에서 성장하고 훈련되는 것은 아닐지... 현재의 어둠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린 삶이나 아무런 어려움이나 목마름이 없이 형통하기만을 기다리는 삶이라면 일년 내내 물을 가득 채워 두기를 원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는 아닐는지.
우리에게는 질병의 어둠이나, 가난과 환난의 어둠이 쉴새없이 다가오지만 그것이 우리의 영적 성숙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라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너무나 우둔하다.
사실 그 누구도 어둠의 통로를 통하여 풍성한 성장을 이루려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서도 영적 성장을 위한 물 떼기 작업은 반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오늘 이 순간이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물 떼기가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 시기는 하나님이 결정하실 따름이지만 환난은 인내를 만들고 인내는 연단을 이룬다는 말씀이 새삼스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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