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

섬김의 법칙

동산지기(최종덕) 2001. 3. 30. 20:47
똑같은 사실을 두고서 10명과 2명의 견해가 나뉘어졌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
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려도 될만한 다수결의 원칙! 때로는 신속하고 더 안전한 결정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주 사용되는 법칙이 되었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숫자 놀음으로 바로 들어가기 보다는 사실 여
부에 관심을 갖고자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나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것이 정당한 의견인지, 혹은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무시한 채 말이다. 사실
앞서 질문을 던졌던 이야기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곳에서
는 열 명이 틀렸고 두 명이 옳았다.

나는 오늘 다수결의 법칙이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 하는 따위의 논쟁을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고자 하는 사회 악습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 새 힘의 논리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당은 과반수의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 갖은 수단으로 힘을 축적하고자 한다. 그것이 상대를 이기는 길이라
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어떠한가? 그들 역시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에선 집
단의 힘을 이용하여 뜻을 관철하고자 한다. 80년대의 독재타도와 착취에 대한 집단의 힘이
이제는 지역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며칠전부터 인터넷상에는 우려할 만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본을 총공격하자!"는 선동성
있는 이야기였다.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언론과 관청에 서버가 다운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뉘우칠 줄 모르는 극우파들에 대한 울분에서 시작된 충정이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또한 힘의 논리를 앞세워 그들을 굴복시키자는 옳지 못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힘의 논리가 아닌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여야 하듯이 이 또한
이성적인 접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힘의 논리는 다소 감정적이다. 가진 자의 횡포, 혹은
있는 자의 횡포가 통하는 사회를 선진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힘의 논리는 청소년들의 가치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왕따.... 불량서클...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가치관 등..... 삶의 의미나 가치보다는 신분이 앞세워지는 시대..
사실 우리들은 오래전부터 힘의 논리에 의해 희생되어온 사람들이다. 남성중심의 사회, 어
른 중심의 사회,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 왔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우리가 선택할 또 다른 법칙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어느 날 예수님께서 식사를 마친
후 물을 떠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사건이 있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무릎을
꿇은 스승을 바라보는 제자들은 몸둘 바를 몰라하였다.

높은 지위를 탐하는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
씀은 "너희는 그렇지 아니하니..." 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셨다. 섬김의 논리를 가르치는 순간
이었다. 삶과 십자가를 통해 가르치신 섬김의 법칙은 힘의 논리를 능가하는 또 다른 능력이다. "검으로 가지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 는 진리를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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