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

연필을 깎듯이

동산지기(최종덕) 2003. 6. 5. 21:52



      <연필을 깎듯이>


      오랜만에 연필을 깎습니다.
      때 묻은 양심을 깎아
      날이라도 세우려는 듯 말입니다.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칼끝에 떨어지는 파편들..


      마땅히 견뎌야할 아픔이겠지만
      살점을 뜯는 고통입니다.


      수북이 쌓여가는 찌꺼기들이
      내 삶의 부끄러운 조각인양
      서둘러 휴지통에 버립니다.


      오늘도 연필을 깎습니다.
      세월 속에 무뎌지는
      심을 찾아 조금씩 깎아내렵니다.


      깎고 또 깎아내면
      어느 날에는 보잘것없는
      몽당연필처럼 되겠지요.


      하지만
      무뎌지지 않는 날 끝으로만
      내 하나님 주신 동산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기에..


      난 연필을 깎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렵니다.


      동/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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