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 묵상

십자가의 비밀

동산지기(최종덕) 2008. 10. 8. 13:38

“다윗 왕의 마음이 압살롬을 향하여 간절하니

암논은 이미 죽었으므로 왕이 위로를 받았음이더라”(삼하13:39)


복수심에 못 이겨 형을 살해한 압살롬이

아버지의 진노를 피하여 국경을 넘어 피신하고 있을 때

두 아들을 동시에 잃은 다윗의 마음은

차츰 압살롬에 대한 그리움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율법을 알고

공의를 지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할 왕으로서

섣불리 아들을 불러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살인자를 법에 따라 처리해야하는 왕의 공의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지요.

공의를 따르자니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가로막았고

사랑을 따르자니 살인자의 죄를 없는 것처럼 할 수 없었습니다.


삼년이라는 세월에 죽은 아들에 대한 슬픔은 아물어갔지만

살인자 압살롬에 대한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가던 다윗은

왕의 눈치를 살피던 요압장군의 적극적인 설득에

압살롬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지요.


하지만 순간적으로 공의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였지만

막상 궁궐에 돌아온 압살롬을 대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압살롬은 궁궐에 거하면서도

2년이 되도록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집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어쩌면 다윗의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성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죄의 해결함 없이 왕을 대면할 수 없다는 진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윗과 아들의 화합은 물리적으로 함께 지내는 것으로 되지 않고

압살롬의 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던 압살롬은

요압을 통해 왕을 대면할 길을 찾으려 하였으나

그 뜻대로 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요압에게 자신의 아픈 속내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이제는 네가 나로 하여금 왕의 얼굴을 보게 하라

내가 만일 죄가 있으면 왕이 나를 죽이시는 것이 옳으니라”(삼하14:32)


용서받지 못한 자의 고통...

왕의 얼굴을 대면할 수 없는 압살롬의 절망이

죄로 인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 인류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압살롬은 자신의 고통이

자기 안에 처리되지 않은 죄의 문제인 줄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만일 죄가 있다면...”


사람의 죄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죄의 대가를 지불해야하는데도

압살롬은 오랜 시간이 자기 죄를 없이한 줄 알았던 것입니다.


인간의 끝없는 목마름과 절망이

죄로 더럽혀진 우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왕이신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윗이

아들을 불러 맞이하고 입을 맞추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에 의해 그냥 묻어둔 압살롬의 죄는

또 다시 아버지를 반역하는 패륜으로 나타났습니다.

처리되지 않는 죄는

상황과 조건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드러날 것입니다.


죄에 대한 왕의 공의와 아버지의 사랑...

다윗은 자신의 의지로 풀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를 십자가로 풀어내셨습니다.


십자가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와

아버지의 사랑을 함께 충족한 구원의 비밀이었습니다.

죄의 대가는 예수 안에 지불되어 처리되었고

아버지의 사랑은 그 십자가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