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수능 보는 날

동산지기(최종덕) 2004. 11. 17. 15:39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나선 길...
고사장으로 가는 길은
수험생을 태운 차들로 가득합니다.

 

뒷길을 이용해서
학교 근처에 내려주며 돌아오는데
마치 전쟁터에 자식을 보내는 마음입니다.

 

수능 전날인 어제...
이곳저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아이...
후배들이 가져다 준 선물보따리도
긴장감을 풀어줄 수는 없나봅니다.

 

담임 선생님의 격려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고3교실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시험 끝나고 안보이는 친구 없기다!"

 

그 말에 아이들이 함께 울었다네요.
얼마나 힘겨웠으면...
그들의 심적부담이 얼만큼인지 알듯합니다.

 

수능점수가 행복지수가 아닐진대...
정답 몇개를 덜 얻는다고
그들의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닐진대...

 

왜 세상은 저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가는지...
이런저런 좋은 말을 해주지만
그 말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짐을 벗는 날이라고 생각하렴..."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준 말입니다.
수험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스트레스도 함께 날려보냈으면 좋겠지만...

 

벌써부터 떠들어대는 메스컴들...
시험이 쉬웠다는 말에
상처를 받을 아이들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이래저래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을 아이들...
그들이 어떤 결과를 얻든지
저들은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 딸입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너는 우리의 기쁨이라는 말을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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