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 묵상

너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동산지기(최종덕) 2007. 4. 2. 12:14
 

죽일만한 죄를 찾지 못하겠다는

빌라도를 윽박지르며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만왕의 왕이신 예수를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꾸며 희롱하다가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십자가에 넘겨주는 빌라도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련한 제자들을 뒤로 한 채

십자가로 맥없이 끌려가는 예수님...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그들의 시선은 동시에 십자가 형틀,

곧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달랐습니다.


“가이사 외에는 우리의 왕이 없나이다”


민족적 자존심이나 굴욕을 마다치 않고

빌라도의 충성심까지 들먹거리며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이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충성심이나 의가 아니라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예수에 대한 적개심이며

더러운 기득권을 지키려는 탐욕이었습니다.


예수의 무죄를 알고서도

윽박지르는 소리에 타협하여

저주의 이름이 되어버린 빌라도...


빌라도를 움직이는 것 역시

왕에 대한 충성심이나 진리가 아니라

자기 권력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짓누르는 가시관을 거절치 않고

내리치는 채찍을 피하지 않으시는 주님...

그 저주의 십자가의 길을 멈출 수 없는

예수님의 이유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그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질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가치를 따라 움직이는 이들...

그 분주한 움직임으로

갈보리 십자가는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갈보리 언덕을 알기 전부터

갈보리 십자가를 준비해 오신

변치 않는 하나님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을 내어주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의 보배...

하나님을 움직이는 것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큰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나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요19:12)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야할 이유로

내뱉었던 무리들의 말에서

하나님보다 자신을 주인 삼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반역, 곧 불신앙임을 발견케 하십니다.


“너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십자가의 길에서

나를 향해 물어보시는 하나님의 물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