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최종덕)
2001. 5. 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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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는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나 카아네이션 샀다"
그걸 왜 샀는데? 물어보지 않아도 알듯 했지만 애써 물었다.
"엄마가 보고싶어서.. 그냥 꽂아둘려고..."
길거리에는 꽃바구니를 파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냥 지나쳐 가기에는 쓸쓸함이 밀려든다 꽃을 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주인없는 꽃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망서려진다.
거리에 찬바람이 일던 늦은 가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한 잎의 낙엽처럼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숱한 세월을 눈물로 보내신 어머니.... 자라는 동안 어머님의 숱한 눈물을 보았다 충혈된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보고서도 애써 외면해온 날들..
노년에 찾아든 병마와 싸우시면서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힘겨워 하신 어머니.. 이제는 어머니라는 단어앞에 서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괜히 꽃을 샀다고 해서.. 주인없는 꽃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 어머님 ***
온몸에 떠 안은 풍상의 흔적들.. 걸으신 세월 속에 묻어오는 자국이겠지요
인생의 구비마다 흘러 넘치던 고뇌... 얼키고 설키던 세월의 굴레가 이제는 녹아붙어 형체마져 잃으셨네요
쏟아내는 신음들은 가슴을 파 헤치고 깊음의 소리는 뇌리에 파 묻힙니다
가슴에 응어리진 상처들... 차라리 아픈 기억일랑 푸른 망각의 강에 띄우실 것을 천국 문앞까지 가져 가시려는지요
등 허리에 흐르는 고름이랑 흘리신 눈물로 씻어 내실 것을.. 당신의 고통앞에 무력한 자식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오! 어머니! 당신께서 그토록 염려하시던 그 모습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구겨져 버린 채 비통함과 아픔속에 낙망하시는 어머니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낯선 사람의 틈바구니에서 고통스러워 하실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이것이 자식의 모습입니다 외면하고 고개를 저어보아도 부정할 수 없는 것 당신의 고통을 남겨두고 불효자는 차라리 자리를 떠나갑니다
** 어머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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