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인라인 처음 타던 날
동산지기(최종덕)
2004. 2. 19. 16:37
인라인 처음 타던 날
세발자전거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두발자전거를 맡기는 것처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서도 간신히 발을 떼는 내게
인라인스케이트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 도착해보니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이가 한명도 없다.
민망스럽기도 하려니와
스케이트를 대여하는 곳에는
인라인스케이트 밖에 없다고 한다.
까짓것 못할 것이 있겠나 싶어
신발을 벗고 갈아 신었지만
일어설 엄두가 나질 않는다.
가이드를 붙잡고 간신히 발을 옮겨놓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서 발을 쭉 내밀었더니
어라~ 조금씩 속도가 붙는 것이 아닌가?
처음 신어 본다는 말을
아이들이 믿지 않을 만큼
익숙해질 무렵에는 통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6학년이라는 여자애가
자꾸만 트랙을 도는 시합을 하자고 해서
재미삼아 붙었지만 번번이 지고 말았다.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고
이래저래 스케이트를 탄 시간만
세 시간이 족히 넘었다.
포근한 날씨에다 한참을 움직였더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런 내 모습을
사람들은 뭐라고 말하려나..
설마하니 주책이라고 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