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지기

시사 한 마디!!

동산지기(최종덕) 2003. 3. 18. 17:41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결정과 관련해서>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었던 조선일보 윤전기가 철거된다고 한다.
      한나라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되짚고 일제에 맞서 싸우던 선조들의 흔적이 남겨진 곳이라
      전시물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는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을 지켜보면서 아쉬움 또한 적지 않았다.
      우선 문제가 많은 유물이 어떻게 독립기념관에 전시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인데,
      조선일보가 폐간 때까지 사용하던 윤전기를 독립기념관에 기증했을 때
      전시할만한 가치와 의의가 있는지 그 적합성과 사실성에 대한 조사가 있었을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이런 중대사에 최소한의 절차마저 없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아마도 어떤 전문가의 지적처럼 조선일보 윤전기는
      특정언론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전제로 전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제하 사회·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의 하나로서 인정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료의 가치나 그것으로 인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교체하거나 제외시킬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주도한 시민단체가 안티조선일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더구나 그 단체의 배경이 막 출범한 현 정부와
      직간접으로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남는 것이 사실이다.


      3.1절 기념일을 맞아 강제 철거 시위를 주도하며 이번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시민단체의 이름이 “조선일보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모임” 이라고 한다.
      물론 자기 단체의 이름을 어떻게 짓던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언론이 없어지면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여기는 걸까?


      만약에 정말 그럴 거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소수의 의견마저 중요하다는 때가 아닌가?
      하물며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진 한 신문사가 없어진다고 세상이 아름다워질까?
      자신과 상반되는 주장에 대하여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줄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없어지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두 마리의 붕어가 작은 어항에 살았는데
      서로 미워하다가 한 마리가 다른 놈을 물어 죽였다.
      얼마못가서 어항의 물은 썩었고 결국 나머지 물고기도 죽었다고 한다.
      하나가 제거되면 좋아질 줄 알았던 세상인데 그러질 못했던 것이다.


      교회 안에서도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없어지기를 기도하거나 다른 교회로 가기를 기도할 수 있을까?
      어리석고 속좁은 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넌센스가 아닐까?


      차라리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에 대한 의견을
      관련학계나 다른 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다면 좋았을 뻔했다.
      배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좋고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 시기나 방법에 문제가 있으면 잡음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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